제 1 막 : “셋업 왕국의 극비 문서”(1) .

#포디_산맥(Mts. 4D) 너머의 미래 도시로 알려진 ‘클리오르소(Cleaortho)’를 향해 출발한 원정길은 멀고 험난했습니다. 거친 원시림과 물살이 거센 강물이 가로막았고, 돌풍이 세차게 몰아치기도 했습니다. 우리 임상 원정대는 어쩔 수 없이 지친 몸으로 눈에 띄는 협곡을 찾아 진을 치기로 했습니다.  . 

이 때 산기슭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보이더니 점점 다가왔습니다. 파란색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여인이었는데 가까워지고 보니 작고 갸름한 얼굴에 하얀 피부를 지닌 아가씨였습니다. 그녀는 눈부신 황금색 눈동자를 우리 쪽으로 향하더니 가벼운 탄성을 발했습니다. 

“아...어디서 오신 분들인가요?” “안녕하세요. 저희들은 디카온 원정대입니다. 클리오르소로 가는 길인데, 며칠 쉬어갈 곳을 찾고 있습니다만.” 

그녀는 우리에게 따라오라는 시늉을 하고는 앞서 나아갔고 문명의 혜택에 목말랐던 우리는 주저 없이 그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습니다. 얼마 후 “셋업 왕국(Kingdom of Setup)”이라는 글자가 크게 쓰인 웅장한 대문이 나왔고 우리는 마법에 홀린 듯 그 안으로 이끌려 들어갔습니다.  . 

그녀는 셋업 왕국에서 가장 촉망받는 ‘치아이동 디자이너’였고, 과중한 셋업 업무에 시달린 나머지 잠시 바람을 쐬러 나오던 길이었습니다.  그녀의 설명에 의하면, 이 왕국의 주요 수출품은 #셋업_파일_서비스 인데 미래 도시 클리오르소에 대부분의 파일을 공급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많은 시민들이 이와 관련된 학문과 산업에 종사한다는군요. 그녀의 이름은 “오클리나(Occlina)’인데 교합학 교수였던 아버지가 직접 지어준 이름이라고 합니다.  . 

그녀가 보여주는 어느 작업실(Lab)에는 수십 명의 젊은이가 일하고 있는데 모두 컴퓨터 화면의 #DICAON_4D 를 열심히 보면서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서는 가상 셋업 전 과정 중의 첫 단계인 #Preperation 만 하고 있습니다.” 다음 작업실을 보여주면서, “여기는 다음 단계인 #Segmentation 만 전문적으로 하는 공간입니다.” 

“그럼...#가상_셋업_Virtual_Setup 은 누가, 어디서, 어떻게 하고 있는 겁니까? 또 이런 일련의 준비 작업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이 되는 거죠?” 

이 갑작스러운 질문에 오클리나는 파란색 머릿결을 살짝 휘날리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저희 왕국은 셋업 서비스 프로세스가 완전히 표준화되어 있습니다. 각 과정에서 작업한 내용이 저장(Save)된 후 다음 단계로 전송됩니다. 이것을 ‘#워크_파일(Work File)’이라 하는데 이 파일을 디카온에서 단말기로 내보내는 데(Export) 0.2 초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이것을 다른 작업실 단말기로 전송하는 데 약 5 초, 전송받은 작업을 다른 디카온으로 불러들이는 데(Import) 정확히 0.2 초 걸립니다. 이는 물론 고밀도로 압축된 특수 파일(.#ZIP)로 이루어지는 것이죠.” 

그녀가 설명하면서 직접 옆의 컴퓨터를 조작하는 것을 보는 순간 우리 모두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빠를 수가!”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