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AON 원정대 제2막 레이어혁명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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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막 : 레이어 혁명과 인비좀리안 족의 쇠퇴(1) . “여기가 제 모교입니다. 저는 여기서 투명교정과 레지던트까지 마쳤습니다. 어때요? 건물도 아담하고 정원도 예쁘지 않나요?” 오클리나의 안내로 우리 일행은 학교 캠퍼스 안에 들어섰습니다. 그녀의 말대로 왕립 구강대학 건물은 울창한 나무와 숲 사이에서 오랜 역사를 간직한 듯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복도는 비교적 단순하여 하얀 벽 앞에 치아 모양의 나무 조각들이 사랑니부터 송곳니까지 적당한 간격으로 세워져 있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 “저분이 투명교정사(史)를 가르치시는 브라케톤(Bracketon) 교수님이십니다. 원래 클리오르소 왕립 대학을 나오셨고 우리 학교에 오셔서 젊은 시절부터 계셨던 분이죠.” 면학 분위기가 뜨겁게 흐르는 강의실에 뒷문으로 들어서자 머리숱의 절반이 하얗고 나머지는 초록빛인 노교수가 잠시 강의를 중단하고 반가운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뒷쪽에 편하게 앉으세요. 모두 임상가들이시라 들었습니다. 뵙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저는 비록 교수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임상 현장에 계신 분들을 존경하고 좋아합니다. 모든 치과 학문의 시작과 끝이 바로 환자라고 생각하니까요.” . O = D – F F = D – O D = O + F . 뒷자리에 앉아 칠판에 적혀 있는 이상한 공식을 찬찬히 읽어보는 사이에 브라케톤 교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강의가 다시 이어졌습니다. “제가 칠판에 쓴 이 개념들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공식을 살펴보시면 짐작되겠지만, 첫째(O)는 과잉교정 영역(Over-correction Area)이고요. 둘째(F)는 설정실패 영역(Setup Failure Area)이고, 셋째(D)는 영구변형 영역(Deformation Area)입니다. 물론 각 분야 즉, 치간삭제학(IPROLOGY), 버튼일래스틱 기공학(BESOLOGY), 릴리프학(RELIEFOLOGY) 등을 연구하는 분들에 의해서 조금씩 이 비밀이 알려지긴 했지만 공식을 도출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연구는 바로 클리오르소 대학에서 레이어학(LAYEROLOGY)을 전공하고 개원의로 성공한 스테피나(Steppina) 원장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레이어의 신비'에 대해 열정적으로 탐구하다가 발견해낸 놀라운 법칙들이고 지금까지도 투명교정학의 토대가 되는 원리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기발하고 창의적인 연구 성과는 대체로 학교에서보다는 개원가에서 나오더군요. 당연한 일이죠.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고 우물을 파야만 물이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원정대 중에서 가장 젊은 임상가 한 분이 손을 번쩍 들더니 큰 소리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교수님, 대체 저 퍼즐 같은 공식과 레이어가 무슨 관계가 있나요? 레이어는 그저 교정치료 계획 수립에 도움이 되는 셋업 프로그램 상의 단순 기능에 불과하다고 알고 있는데요.” “음... 레이어에 대해 극히 피상적으로 알고 계시는 군요. 모두가 인비좀리안(Invizomlian) 족이 오랫동안 이 세계를 지배했기에 생긴 심각한 적폐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50 년전에 그들은 클리오르소에서 지배력을 상실하고 앵글디스턴스 강 일대로 퇴각하긴 했지만요. 우리 투명교정의 역사에서 교정의들이 그들만의 고귀한 임상 정신으로 일으킨 ”레이어 혁명(Revolution of Layer)“은 결코 빠뜨릴 수 없습니다. 인공두뇌를 장착한 거대 영리 조직에 맞서서 깨어있는 의료인의 양심이 승리한 첫 번째 쾌거이니까요. 그건 그렇고 다시 수업의 핵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레이어의 본질을 이해시켜드리기 위해서 비유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브라케톤 교수의 시선이 강의실 창밖의 이끼 낀 벽돌 지붕과 높다란 메타세콰이어 나무 꼭대기 사이 어딘가 머무는 듯하더니 멀리 포디 산맥의 산등성이에서 불어온 상쾌한 바람결에 잠시 나풀거렸습니다. 그는 칠판에 차와 사람이 다닐만한 사거리 교차로를 쓱쓱 그렸습니다. “여기 교차로가 있고 여기 자동차가 교차로를 직진으로 지나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 한쪽에서는 사람이 사거리를 가로질러 건너기 위해 인도를 따라 움직입니다. 누군가가 자동차의 달리는 속도와 사람의 걷는 속도를 정확히 측정해서 서로 부딪치지 않고 사거리에서 교차하도록 시간을 조정하여 출발시킵니다. 가령 사람이 먼저 건너가고 나서 자동차가 지나도록 설정했다고 칩시다. 이 둘은 과연 충돌하지 않고 직각으로 교차할 수 있을까요?” 이 물음에 맨 앞에 앉는 구강대 학생 한 명이 손을 들고 대답했습니다. “사람이 교차로 가까이에서 무슨 일로 잠시 멈췄다가 걸어간다면 충돌하게 될 겁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사고네요!” 브라케톤 교수는 손가락을 딱 부딪치며 흥분된 듯 소리쳤습니다. “와우, 맞아요. 유 아 쏘 스마트! 그래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교통 신호등입니다. 투명교정 가상 셋업에 있어서 교통 신호등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레이어(Layer)’인 것이죠! 그리고 이 레이어는 오직 인간만이 구상하고 조작하고 사용할 수 있는 신성불가침의 디바이스(Device)입니다.” 그는 이내 자신의 노트북으로 걸어가더니 왼쪽 벽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작동시켜서 자신이 정리한 듯한 문장들을 큼직하게 띄웠습니다. . #Functions_of_Layer (1) 치아들 간의 셋업 성공률(Setup Success Rate) 차이로 인한 충돌 또는 갇힘(Locking)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한다. (2) 일정 단계에서 치아 이동의 방향이 반대로 또는 크게 바뀌는 셋업을 가능하게 한다. (3) 경과 기간별로 고유의 미션을 부여하여 치아 이동의 형태를 단순화한다. (4) 상악과 하악의 이동 속도를 통제하여 대합치 간의 비현실적인 교합간섭 현상(Mixing)을 미연에 방지한다. (5) 셋업 성공률(1.0 보다 작음)을 반영하여 단계(Steps) 별 이동량(Distance)을 차별적으로 부여할 수 있게 한다. . |